서울 강변북로를 그린 그의 그림을 처음 보면서 내 마음이 가닿은 곳은 푸른 어둠속에 명멸하는 맑은 가로등 불빛이다. 마치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옮겨놓은 듯한 불빛을 바라보면서 ‘인간이 만든 별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’ 하는 생각에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.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서울의 밤이 그토록 따스하고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오로지 그의 불빛 때문이었다.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홍보석같이 찬란한 서울의 불빛, 저 홀로 잠들지 못하고 서울을 밝히는 서울역의 불빛, 한강대교를 거침없이 달리는 자동차의 황색 불빛, 강물에 내비친 아파트의 단란한 불빛, 밤의 강변에 떠 있는 배들의 흔들리는 불빛, 비오는 밤에 어리는 주유소의 흐린 불빛 등 그가 그린 불빛들은 죽은 도시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고 서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.
정호승 시인의 글 중에서